골프

60미터 이내의 샷에 자존심을 걸어라.(#6)

allbirdie 2023. 5. 22. 23:34
반응형

"골프에서 제일 중요한 샷은 바로 다음 샷이다." - 벤 호건

벤 호건은 메이저대회 9회를 비롯하여 통산 64회 우승을 거머쥔 전설적인 미 PGA선수이다. 그는 과거의 샷은 잊고 미래의 샷에만 집중하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는데, 골프는 그린 주변에서 시작하고 그린 주변에서 끝난다는 말을 할 정도로 그린 주변 어프로치의 중요성에 대해 일찍이 설파한 적이 있다. 내가 친 샷이 아무리 큰 실수를 범해 트러블 상황에 놓여 있다 해도 실의에 빠지지 말고 바로 다음 샷에 집중하라는 말이 골프를 즐겨 오면서 내내 가슴에 화두처럼 박혀 있던 말이었다. 

 

미스 샷을 자꾸 생각하면 이후에 더 좋은 샷이 나올 리가 없다. 프로 선수들이 멘털 잡는 훈련을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상황을 잘 극복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60미터 이내 어프로치 샷은 제일 쉽게 생각이 들면서도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샷 일거다. 클럽은 짧아서 마음은 편한데 로프트 각이 크니 생각처럼 정타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웨지 샷은 정말 연습량이 많지 않으면 제대로 칠 수가 없다. 두껍게(뒤땅) 맞아서 제 거리가 안 나가거나 너무 얇게(탑볼) 맞아서 그린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드라이버, 우드 잘 치고 짧게 남은 거리를 두껍게 몇 번을 끊어 가는 사람들도 수도 없이 보아 왔다. 차라리 삽을 가지고 와서 편하게 땅을 파라는 얄미운 조언을 하는 동료 골퍼들로 인해 자존심은 상할 대로 상한다. 

 

Par 5 홀은 세번째 샷이 거의 모든 것

파 5 홀은 기회의 홀이다. 드라이버 샷과 세컨드 샷을 하고 나면 대부분 남는 거리가 100미터 안쪽이다. 물론 파 4홀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많이 나가거나 총 코스거리가 300미터 전후로 짧은 홀이라면 짧은 세컨드 샷이 남는다. 프로 선수들은 워낙 비거리가 많이 나가기에 웬만한 파 5홀은 투 온으로 공략해서 쉽게 버디를 낚지만, 우리 같은 아마추어에겐 요원한 일이다. 예를 들어 500미터 파 5홀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드라이버 비거리 230미터를 보내고 세컨드 샷으로 유틸을 잡아 210미터를 보냈다고 치자. 그러면 60미터 써드 샷이 남는다. 파 5홀이 기회의 홀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파 3홀로 가정할 때 남은 써드 샷이 60미터짜리 파 3홀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파 3홀은 짧은 홀도 있지만 180미터나 200미터 파 3홀도 존재한다. 180미터 파 3홀을 정교하게 쳐서 그린에 안착시키기도 힘들뿐더러 온 그린 하는 것도 쉽게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60미터 파 3홀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얼마든지 온 그린 할 수도 있고, 컨디션에 따라 핀에 바짝 붙일 수도 있다. 파 5홀은 그런 기회를 준다. 드라이버 샷과 세컨드 샷은 잊어버리고 남은 써드 샷이 60미터라면 그저 우리에겐 60미터짜리 파 3홀이나 마찬가지이다. 60미터라면 핀 하이로 붙여서 버디를 쳐야 되지 않겠는가. 파 4홀은 스트로크와 비기고 파 3홀은 하나 더 친다고 가정하고 파 5홀은 하나 덜 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런 기회가 18홀 동안 딱 네 번 있다. 이 좋은 기회를 날려 버린다면 스코어를 줄일 기회는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60미터 이내 어프로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존심을 걸고 핀에 붙여야 한다. 무조건이다. 절대적으로 실수하지 말고 핀에 붙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60미터, 50미터, 40미터 등 샷 스윙의 크기가 내 몸과 약속이 되어 있어야 한다. 연습장에서 거리별로 단계를 주고 스윙의 크기를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한다. 때로는 백돌이가 핀에 붙이는 어마무시한 샷을 한다. 하지만 헤드 업을 하는 순간 모든 샷은 정확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머리는 고정하고 샷이 공을 치고 나가는 걸 보아야 한다. 이런 기초적인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자. 60미터에서 샷을 하면서 스윙의 크기, 스윙의 빠르기, 임팩의 세기, 마무리 팔로우까지 몸이 기억하고 머릿속에 데이터화가 되어 있어야 한다. 50미터와 40미터도 선호하는 웨지로 나만의 스윙을 만들어서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계속 연습해야 한다. 어프로치만 정복하면 골프는 거의 다 한 거다. 

 

골프는 내 마음 몰라주는 옆집 누나 같다.

어프로치는 스코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퍼트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어프로치가 핀에 붙는다면 퍼트를 어렵게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어프로치는 최소 한 타 내지는 최대 세 타까지 줄일 수 있는 샷이다. 샷 이글도 노려볼 수 있는 거리 내에 있을 뿐 아니라 얼마든지 핀에 붙여서 원 퍼트로 홀 아웃할 수도 있다. 만약 실수를 한다면 그건 상상도 하기 싫다. 게임을 하다 보면 클러치 샷이나 클러치 퍼트가 필요한 법인데, 잘 붙인 어프로치 하나가 분위기를 180도 바꿀 수 있다. 내 몸과 샷이 약속이 되어 있으면 그린 앞에 벙커나 해저드가 있어도 자신 있게 샷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그건 연습이 부족한 것이고 미스 샷을 해서 벙커에 빠지고 벙커에서 또 벙커로 벙커투어를 다니게 된다. 그린까지 잘 와서 더블 파로 홀 아웃을 하는 것이다. 골프 방송에서 나름 경륜이 높은 아마추어 골퍼들도 곧잘 실수하는 장면이 대부분 이 거리 내의 어프로치 샷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60미터 내 어프로치 샷은 내 몸과 스윙이 약속되어 있어야 한다

 

골프공도 둥글다.

하는 김에 30미터 내 어프로치 샷도 얘기하자. 60미터 내 어프로치 샷에 자존심을 걸어야 한다면, 30미터 내 어프로치는 수치심을 걸어라. 30미터 내에서 핀에 붙이지 못한다면 수치스러워해야 한다. 30미터 내 어프로치 샷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굴리는 러닝 어프로치로 핀에 붙이려면 칩샷(Chip shot)을, 띄워서 핀에 붙이려면 피치샷(Pitch shot)이나 로브샷(lob shot)을 해야 한다. 웨지는 무게중심을 왼쪽에 두고 완전히 하향타격이 들어가야 하는데 칩샷을 퍼팅하는 기분으로 한다면 로브샷은 공을 슬라이스 해서 베어내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 이것은 나만의 표현이다. 다른 골퍼들과 주장이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꼭 52도나 60도 웨지로 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굴리는 어프로치는 9번이 될 수도 있고 7번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9번이나 7번으로 어프로치 하는 골퍼를 만나면 긴장해야 한다. 그는 고수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제 그린 주변 어프로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으니 피 나는 연습을 해보자. 어차피 비기너때는 드라이버나 아이언이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어프로치를 잘하는 거기는 못하는 거기를 묵사발 낼 수 있다. 그리고 금방 타수가 줄어든다. 쉽게 백돌이를 벗어나고 쉽게 안정적인 보기플레이를 하게 된다. 밑장 빼기가 아니다. 믿어 주시면 고맙겠다. 

 

백문이 불여일타, 백날 글로 써 봐야 많은 깨달음을 주기엔 부족하지만 나는 기술적인 면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방법적인 면을 전달하는 것이니만큼 직접 연습장에 가서 연습을 해 보시기 바란다. 자신 있는 웨지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