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건(Mulligan) : 티샷 실수 시에 다시 한번 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
컨시드(Concede) : 공이 홀에 가깝게 근접하면 플러스 한 타를 가산하고 홀인을 인정해 주는 것.


멀리건(Mulligan)은 그 유래가 확실치 않고 골프 용어에도 없는 단어다. 나도 용어만 들었던지라 여기저기 검색해 보니 1920년대 캐나다에 있는 아마추어 골퍼 '데이비드 버나드 멀리건'이라는 사람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처음 친 티샷을 잘못 쳤을 때 다시 치는 샷을 교정샷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엔 본인 이름을 따 멀리건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흔들리는 차를 타고 가서 첫 홀에서 긴장을 풀기 위해 한번 다시 치는 샷을 허용받았다고 전해지면서, 예전에는 동반자와 카풀해서 라운드 하러 오면 운전자에게는 그 노고를 인정해 다시 한번 칠 수 있도록 인정해 주는 의미로 멀리건이 통용되기 시작했고, 최근엔 스크린 골프가 성행하면서 너도 나도 멀리건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컨시드(Concede)는 홀 주변으로 약 1미터 정도 원을 그려 넣고 이 안에 공이 들어오면 한 타를 더해 홀 인했다고 인정을 하는 의미이며, 대회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아마추어 친선경기에서만 통용된다. 다만 프로 대회에서도 매치게임이나 스킨스게임에서는 컨시드 룰이 있다.
이 컨시드와 관련해 홀 주변 오케이 존(OK Zone)은 특허가 있다. 고 박순석(신안그룹회장)님이 발명자이고 (주)관악이라는 회사가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허락 없이 홀 주변에 오케이 존을 그려 놓으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골프장은 위 사진에서 보듯 홀 주변에 원을 그려 넣고 운영하고 있다. 물론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만 오케이 존이 있으면 게임이 훨씬 무리 없이 진행이 된다. 누구나 그 원 안에 들어가면 자동 오케이가 되는 것이니 다툼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원이 없는 상태에서 컨시드를 주자면 18홀 내내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누구는 가까운데도 오케이를 주지 않고 누구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도 후하게 오케이를 준다고 서로 싸우기 바쁘다.

멀리건은 스크린 골프에서 당연한 듯 쓰인다. 컴퓨터로 설정하기 나름이니 전반에 한 두 개, 후반에 한 두 개, 동반자와 합의를 하면 서로 균등하게 기회를 얻는 것이므로 불만 없이 지나간다. 하지만 이게 본인에게 독이 되는지는 모른다. 멀리건은 머릿속에서 버려야 한다. 한번 실수를 했다고 다시 잘 칠 기회를 얻는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당시 자기만족을 할지는 모르지만 실력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멀리건을 받고 그날 8자를 그린다 한들 그게 진정한 8자인가, 신중히 생각해 보기 바란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라운드를 하다가 한 동반자가 오비(O.B)를 냈다. 그날 혼자서만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던지라 나머지 세명의 동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멀리건을 주었다. 멀리건에 힘이 났는지 드라이버를 호쾌하게 날리더니 그 홀에서 버디(Birdie)를 잡았고, 공교롭게도 나를 포함한 세명은 모두 보기(Bogey)를 기록했다. 엄숙하게 내기를 하고 있던지라 계산에 민감했고, 버디 값을 포함해 타수 계산을 하는 오비 앞에 세명의 보기들은 멀리건 받고 무슨 계산이냐며 한바탕 싸운 적이 있었다. 물론 머리 올린 지(골프에서는 처음 정규 18홀을 라운드 하러 갈 때 머리 올리러 간다라고 표현한다.) 얼마 안 되는 비기너에겐 연습 기회삼아 한 두 번 줄 수도 있으나,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있다면 멀리건은 받지도 주지도 말아야 한다. 골프는 딱 한 번의 기회밖에 없고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우리 인생과 같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1.68인치(42.7mm)의 작은 공을 숟가락보다 약간 큰 아이언 헤드로 맞춰 400미터를 쳐서 가고 108mm 홀에 4번 만에 집어넣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우니까 도전하는 것이고 내 맘대로 안 되니까 매력인 것이다. 쉽게 세팅해서 인위적인 결과를 만들려면 차라리 스크린 고수로 남는 게 낫다.
컨시드(Concede)는 원래 없었던 것처럼 잊어야 한다. 1미터 남짓 남겨 놓고 누가 오케이를 안 주나 눈치만 보는 건 그만하자. 누가 봐도 탭인 거리에 갖다 놓지 못한 내 실력을 자책해야 한다. 짧은 거리의 퍼트도 자주 해봐야 하고 오케이를 안 받아도 내가 스스로 홀인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퍼팅을 잘하면 알아서 오케이를 준다. 못하고 눈치 보기만 하면 오히려 오케이를 주지 않고 멘털을 흔들 것이다. 컨시드를 구걸할 바엔 차라리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자.

아널드 팔머는 1958년 US마스터스 12번 홀에서 티샷을 OB로 보내고 상대방에게 멀리건을 요청했다. 당연히 상대방은 거절했고, 그 홀에서 보기를 기록한 팔머는 한 타 차이로 우승을 했다. 멀리건에 대한 논란이 계속 있자 팔머는 이렇게 말했다.
" l don't think l've ever asked for a mulligan since then. l learned my lesson. "
(그 후로 멀리건을 요청한 적이 없다. 내가 얻은 교훈이다.)
또한 아놀드 팔머는 1962년 US오픈에서 잭 니클라우스와 플레이 오프를 하고 있었다. 마지막 홀에서 잭 니클라우스가 3번째 샷을 홀 가까이 붙이자 패배를 인지한 팔머는 공을 들어 홀컵에 대신 넣어주고 이렇게 말했다.
" You are the champion" 이 말을 잘 못 들은 니클라우스는 " What did you say?"라고 물었고, 팔머가 다시 " You are the champion"이라고 말하자, 제대로 알아들은 니클라우스는 웃으며 " l thought you said you're a chump " "난 당신이 나보고 바보라고 말하는 줄 알았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컨시드는 이렇게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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