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하루 4시간 이상의 연습을 꾸준히 한다.
한 시간 이상의 퍼팅 연습
한 시간 이상의 칩샷 연습
한 시간 이상의 드라이버 연습
한 시간 이상의 아이언 연습
이 연습을 통해 내 실력을 유지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 - 타이거 우즈
골프에서는 루틴(Routine)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틴은 자신의 기량에 맞는 정상적인 샷이 가능하도록 신체적 감각을 활성화하고, 샷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심리적인 안정을 꾀 하는 습관화된 행동이라고 정의한다.
골프에서 중요한 가치는 타깃이고, 루틴은 이 볼을 타깃으로 보내기 위한 나만의 준비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한 마디로 내 몸이 기억하는 샷이 나오도록 불러내는 동작이 루틴인 것이다.
천재 바둑기사 조훈현 9단은 경기 전 한 시간 이상 걷기를 하고 반드시 물을 마신다.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은 서브 전 발로 땅을 고른 후 두 발을 툭툭 터는 루틴이 있다. 마이클 잭슨은 공연 전 1시간 이상의 스트레칭을 하고 무하마드 알리는 경기 전 기도를 했다. 각 분야의 유명한 선수 혹은 유명인사들은 다들 한결같이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어느 정도 구력이 있는 골퍼라면 백이면 백 개개인의 루틴이 있다. 티샷 하기 전 루틴이 있고, 퍼팅하기 전 루틴이 있다. 하지만 비기너들은 루틴이 없다.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티샷 하면 뿔뿔이 좌우 산으로 흩어졌다가 그린에서 만나는 판국이니 차분하게 내 샷을 준비하면서 플레이를 할 수가 없다. 게다가 미스 샷 연발로 캐디에게 클럽을 자주 교환하면서 뒤에서 기다리는 팀 때문에 빨리 치고 뛰어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나만의 루틴이 있을 리가 없다.
루틴은 구력이 쌓이면서 저절로 생기는 루틴이 있는가 하면 내가 스스로 만드는 루틴이 있고, 그 둘의 차이는 매우 크다. 골프 동호회에 참석하거나 번개골프로 속성라운드를 하게 되면 처음 보는 사람들과 채담을 나누곤 한다. 각각 개성이 있고 자신만의 루틴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클럽 헤드를 여러 번 돌려가면서 묘기를 부리다가 스윙하는 사람이 있고, 엉덩이를 빼고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끙끙거리다가 스윙하는가 하면, 칠 듯 말 듯 손만 꼼지락 거리다가 동반자가 숨 넘어갈 때쯤 스윙하는 사람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여성 골퍼들은 티샷 하기 전 경건하게 앉아서 티를 신중하게 꽂고 주위 솔가지들도 가지런하게 치우고 한참이나 뜸 들이더니 단번에 스윙하는 가 하면, 긴장해서 숨을 몰아쉬고는 춤추듯 폴짝거리며 스윙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구력이 쌓이면 그런 루틴들이 깔끔하고 간결하게 바뀌곤 한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습관들이 많다. 가령 장갑을 라운딩 내내 벗지 않거나 연습 샷 없이 그냥 바로 치는 등 애초부터 몸에 배어있는 습관이 그것이다. 이건 바뀌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특히, 장갑을 착용하고 18홀 끝날 때까지 벗지 않는 사람이 많다. 손에 땀이 많은 사람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 하지만 대부분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장갑을 잘 벗지 않는다. 그렇게 습관이 베어 버렸기 때문이다. 주위 고수들을 보자, 한결 같이 티샷 할 때만 착용하고 그 외에는 벗어서 뒷 주머니에 넣어 둔다. 장갑을 벗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골프라는 게임을 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줄 수가 있다.
나도 전에는 18홀 내내 장갑을 착용하고 샷을 하며 퍼팅을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곤 했다. 심지어 그늘집에서도 벗지 않았다. 물론 백돌이라는 알에서 깨고 나오기 한참 전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름 체면 좀 세우면서 동반자들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되자 비로소 장갑에서 해방되었다. 티 샷을 하고 장갑을 벗는다. 세컨드 샷 지점에 가서 천천히 신중하게 남은 거리를 계산하고 바람 상태를 체크한 후 어떤 클럽을 선택할지 고민하면서 장갑을 착용한다. 장갑을 다시 착용하는 시간에 여러 가지 나만의 루틴을 소환하는 것이다. 이 잠깐의 시간은 최선의 샷을 하는데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었고 최상의 결과로 보답을 해 주었다.
퍼팅도 마찬가지다. 전에는 캐디분이 퍼터를 건네주면 가르쳐 주고 보이는 라인대로 퍼팅을 하기 바빴지만, 이후에는 장갑을 천천히 착용하면서 동서남북 라이를 보고 브렉을 읽고 거리감과 세기를 점검하면서 퍼팅을 했다. 물론 결과는 점점 좋아졌음이 당연하다. 나에게 여유를 주는 이런 행동은 골프 실력이 한층 레벨 업 되는 중요한 루틴이 되었다.
또한, 샷을 하기 전 어드레스 하기 전에 두 번에 걸쳐 80% 파워로 빈 스윙을 하고 타깃을 향해 에이밍(조준)을 한 후 샷을 한다. 연습 샷도 없이 바로 스탠스 하고 스윙을 한다면 볼이 정타가 안 될 확률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항상 샷을 하기 전 하는 이런 일관된 루틴은 점점 내 몸과 약속이 되어 미스 샷을 줄이는 결과로 나타난다. 심리적인 안정도 한몫을 한다. 초보자들은 샷 미스로 인해 두 번째 샷을 할 때 긴장을 하고 또 미스를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허둥지둥 서둘러서 샷을 하기에 계속 미스 샷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기만의 루틴을 지키면서 샷을 하면 두 번째는 샷 미스를 예방할 수 있다.
간혹 예외는 있다. 한 번은 동호회 정모를 참석하여 비기너 분들과 한 조가 되어 라운드를 하게 되었다. 비기너끼리 조를 정하면 경기 진행에 문제가 발생하고 심할 경우에는 구장 경기과에서 찾아와서 진행 속도에 대한 독려를 하기에 비기너들과 구력자들을 한 조로 묶어 놓곤 한다. 그날은 내가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나만 남성이고 나머지 세분은 여성 비기너들이었다. 꽃밭에 둘러싸여 설레는 마음으로 고수의 은총을 베풀어 널리 널리 이롭게 해 주리라, 홍익인간의 정신을 되새기고 있었는데, 헐 이럴 수가, 첫 홀부터 난 멘붕에 빠지고 말았다.
세명의 비기너들이 한결같이 두 번 세 번 빈 스윙을 하며 루틴을 하더니 공을 치면 두껍게 맞거나 얇게 맞아 30미터 나가고 캐디분이 클럽을 바꿔주면 또다시 빈 스윙 두 번 세 번 하고 뒤땅 치고, 클럽을 다시 바꿔 주고, 이 과정이 그린에 갈 때까지 반복되었다. 내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멘털이 나가는 건 당연지사고 캐디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전날 꿈자리가 뒤숭숭했던 이유를 찾은 듯 보였다. 나까지 리듬이 끊겨서 게임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이 분들에게 기준 타수 안에 쳐서 땡그랑 홀인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이해할 리가 만무했다. 이제는 그분들도 상당한 구력을 쌓았겠지만 아무리 공이 안 맞아도 제대로 루틴을 지켜가며 플레이한 것에 대한 칭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우리의 일상에도 루틴이 있듯이 골프에서 루틴은 일정한 샷과 리듬을 잃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골프를 처음 배우시는 분들도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실력은 아직 미약하지만 골프에 임하는 자세는 프로 못지않은 모습으로 시작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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