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벙커 샷 연습은 지칠 때까지 하자(#10)

allbirdie 2023. 5. 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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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벙커 샷을 두려워하지 마라, 벙커는 당신의 친구다." 

 

벙커 샷은 자신감있게 하자

 

벙커 샷, 아마추어의 영원한 숙제 벙커 샷,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 제대로다. 샷을 한 후 공이 벙커에 들어가면 한숨부터 나오고 탈출하지 못해 더블파를 할까 봐 지레 기운이 빠지곤 한다. 잔디 위에서도 불안한 샷이 모래 위인들 편안할까. 

 

벙커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해저드에 빠질 공을 살게 해주는 고마운 세이빙 벙커(Saving bunker)부터 공의 랜딩 지점을 에이밍 하게 해주는 타깃 벙커(Target bunker), 비거리를 가늠하게 해주는 캐리 벙커(Carry bunker), 그 밖에 그린 주변 가드 벙커(Guard bunker)와 한 무더기 모아 놓은 클러스터 벙커(Cluster bunker), 항아리 모양의 포트 벙커(Pot bunker)까지 그 종류는 다양한다. 우린 그저 그린사이드 벙커와 페어웨이 벙커, 글라스 벙커 정도로 알고 있고 사실 그 이상 알 필요도, 모른다고 해서 크게 지장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벙커 안에 있는 모래는 다르다.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크게 두 종류의 벙커 모래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일단 모래는 세사, 중사, 왕사, 미장사, 규사 등으로 나뉘고 모래알의 크기가 0.5mm에서 5mm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강이나 바다에서 채취한 해사가 있고, 채석장에서 부숴서 만든 쇄사가 있다. 이 이상 알 필요가 없기 때문에 두 가지로 요약하면, 사막 모래처럼 가는 모래의 벙커가 있고 해안가 모래처럼 둥글고 두꺼운 입자의 벙커 모래가 있다.

 

가는 모래는 밀도가 높기 때문에 적절한 임팩과 어프로지 하듯 비슷한 스윙 크기가 필요하지만 두꺼운 모래는 밀도가 약해서 제 거리보다 스윙 크기를 더 해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벙커 샷은 어렵다. 라운드 할 때면 벙커에 공이 수 없이 들어가는데  페어웨이 벙커는 탈출이 목적이니 그다지 정교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린 사이드 벙커는 한 번에 탈출을 못하면 두 번 세 번 헛스윙을 하기도 하고 너무 얇게 맞아 그린 맞은편 해저드로 빠져 버리기도 한다. 그린 주변 벙커에서 몇 번 모래만 파다가 그대로 더블파로 홀 아웃을 하는 동반자들을 수도 없이 보아 왔다. 

 

벙커는 탈출이 목적이 아닌 홀 근처로 보낼 수 있는 거리감이 관건인데 우리 아마추어에게는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서 결국 벙커를 피해서 샷을 하지만 그럴수록 벙커만 찾아다니고 벙커에서 벙커로 벙커투어를 하는 게 아마추어 골퍼의 야속한 숙명이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해보자. 우리는 그린 주변 어프로치는 어디에서나 할 수 있지만 벙커 샷 연습은 쉽게 할 수 있는 데가 거의 없다. 골프장마다 연습 그린은 있지만 연습 벙커는 없는 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벙커 샷을 연습할 수 있는 골프장에 부킹이 되면 한 시간 훨씬 이전부터 미리 나와서 죽어라고 연습을 했다. 이렇게 쳐보고 저렇게도 쳐보고 두껍게도 쳐보고 얇게도 쳐보고 60도로 54도로 피칭웨지로도 쳐봤다. 헤드 바운스를 조절해서 하프스윙도 해보고 풀스윙도 해봤다. 한 시간 이상 연습을 해보니 무언가 느낌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자신감이 생긴다. 정확히는 벙커 샷을 하는데 두려움이 없어진다. 탈출은 무조건 하는데 어떻게 쳐야 핀에 붙일 수 있을까 하는 그림만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그 뒤로는 벙커샷 연습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퍼블릭 구장에 친한 지인을 데리고 가 벙커샷 연습만 열심히 했다. 정말 지칠 때까지 했다. 

 

벙커샷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생기면 세컨드 샷에 대한 부담이 없어진다. 특히 Par3 홀에서 벙커를 피해 무리한 샷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일단 핀을 향해 쏘게 된다. 벙커에 들어가도 탈출은 자신 있고, 간혹 핀에 잘 붙이기까지 하니 타수는 저절로 줄어들었다. 

 

벙커샷은 모래를 퍼 올린다는 느낌으로

 

사실 알고보면 골프 별거 아니다. 각종 트러블 샷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면 골프는 훨씬 쉬워지고 즐거워진다. 스윙만 내 몸과 약속이 되면 어느새 드라이버 샷도 아이언 샷도 편하게 칠 수 있다. 그래서 기본이 중요하고 처음 배울 때부터 정석으로 배워서 그 자세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이 드신 시니어분들은 신체나이가 있어서 제대로 배운다고 해도 점점 본인이 치기 편한 자세로 바뀌곤 한다. 그래도 삶의 단맛 쓴맛 다 본 베테랑들이어서 임팩 순간만큼은 정확하게 공을 쳐낼 줄 안다. 특히 신기했던 점은 아무리 골프 초보라고 해도 한 분야의 9단이면 골프도 어느 정도의 경지로  쉽게 올라온다는 점이다. 

 

8자를 안정적으로 그리는 한 시니어분은 비거리도 별로 안 나가고 아이언 거리도 짧아서 웬만한 거리는 우드나 유틸로 공략하지만 어프로치나 퍼팅이 정교해서 쉽게 타수가 무너지지 않는다. 한 중국인 사업가는 골프가 좋아 제주도에 집까지 마련해서 라운드를 즐기는데 퍼팅만큼은 초고수다. 웬만한 5피트, 다섯 걸음정도의 퍼팅은 꼭 집어넣고야 만다. 대단한 집중력이다. 또 한분은 불의의 사고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던 분이지만 재활에 성공해서 골프를 거의 매일 즐기는데 악성 스트레이트라고 놀릴 정도로 공이 빨랫줄처럼 똑바로 보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그들이 천재적인 운동 감각이 있어서 잘 치겠는가, 연습을 그 만큼 한 것이다. 비행기가 부력과 항력으로 날아가듯이 골프도 실전과 연습이 골고루 병행이 되어야 고수가 되는 것이다. 다른 운동은 흡연을 하면 치명적이지만 골프는 흡연을 해도 크게 상관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나도 아직 담배를 끊지 못했지만, 아내가 불평할 때마다 어디서 주워 들은말로 ' 나처럼 학연 지연 혈연이 없는 사람은 흡연이라도 있어야 해 ' 라며 농담을 하지만 골프는 하는데 흡연은 별로 지장이 없어서 다른 애연가들도 골프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골프는 육해공을 즐길 수 있는 곳

 

말이 옆으로 샜는데 그린 주변 어프로치도 중요하지만 벙커샷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어야지 싱글이 될 수 있다. 주위에 벙커 샷을 연습할 수 있는 데가 있다면 당장 계획을 세워서 주말에 시간을 꼭 내어 지칠 때까지 연습을 해보기 바란다. 대부분 연습은 하지 않고 스코어가 안 좋은 것만 생각하며 스스로 흥분하곤 하는데, 골프는 흥분하는 순간 망치는 것이며 흥분을 하지 않으려면 연습밖에 그 어느 것도 정답이 될 수 없다. 

 

벙커 샷은 벙커안에 공의 위치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겠지만 일단 스탠스를 한 뒤 양 발 중간 쪽에 공을 둔다. 클럽 페이스를 열어 공 뒤 5cm 정도를 친다. 절대 헤드 업을 하지 않고 상체를 일어서지 말고 공만 똑바로 보면서 스윙을 한다. 기술적으로는 그렇다. 연습하다 보면 어느 정도 스윙 크기가 어느 정도 거리를 캐리하고 어느 클럽이 제일 편한지 느껴지게 될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 최경주 선수는 국내에서 4승, 미PGA에서 1승을 거둔 베테랑이자 젊은 프로 선수들의 멘토 격이다. 그는 고향이 완도여서 하루에 4시간씩 해안가 모래에서 벙커 샷을 연습했다고 전해진다. 그 결과 2013년 미 PGA 벙커세이브율에서 67.2%로 이 부분 1위를 기록했다. 벙커에 빠진 공 10개 중 7개는 파 세이브를 한 것이다. 그만큼 정교하게 벙커 샷을 할 수 있었으니 가능한 수치이며 대부분 선수들이 50%를 채 넘지 못하는 걸 보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알 수 있다. 

 

모래는 내 친구다

 

이제, 벙커 샷 연습을 신나게 해보자. 이것마저 마스터한다면 이제 겁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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